"와~, 쟤들 왜 저렇게 말을 안 듣지?"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시청자라면 한번쯤 이런 즐거운 비명을 지를 만하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KBS 2TV '개그콘서트'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와 MBC TV '일요일일요일밤에'의 '뜨거운 형제들'. 각각 동시간대 시청률 1~2위를 다투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인기의 동력은 비슷하다. 사이버 세계에서나 가능한 '조작자―피조작자' '주인―아바타' 구도를 설정한 뒤 그 관계에서 오는 웃음을 개그 코드로 삼았다는 것.
괜찮아'에는 로봇 '알통 28호' 이승윤과 '꼴통 28호' 정명훈, 로봇을 개발한 과학자 '슈바이변' 변기수가 등장한다. 몸만 우락부락했지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알통 28호'는 늘 '슈바이변'의 명령을 잘 알아듣지도 못해 헤매고, 그럴 때마다 '슈바이변'은 외친다. "어, 그러는 거 아니야~ 이렇게 해야지!"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알려줘야 '알통 28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을 한다. "아…."
'꼴통 28호'는 무슨 질문에든 그저 "예"라고만 답해 '슈바이변'의 속을 뒤집는 캐릭터. '아니요'라고 해야 할 때도 소심하게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젓는 게 전부다. 제작진은 "'알통 28호'는 겉만 화려하지 실속 없는 인간상을, '꼴통 28호'는 '예스맨'만을 생산해내는 우리 사회를 풍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뜨거운 형제들'은 '주인-아바타' 관계를 내세워 웃음을 준다. 한 출연자(아바타)가 다른 출연자(주인)의 명령대로 행동해야 하는 '아바타 소개팅'과 '아바타 데이트'가 대표적. 예를 들면 '주인' 박휘순 대신 요가교실에 나간 '아바타' 탁재훈은 주인의 지시대로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뜬금없는 수작을 걸어야 미션에 성공한다. "오늘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선생님이 만지니까 너무 좋아요" 식이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창의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오히려 자율성을 잃고 남이 시키는 대로만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을 각각 '로봇'과 '아바타'에 비유한 것"이라며 "동시에 '갑'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는 '을'의 비굴한 행태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 것이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